득(得)보다는 실(失)이 많은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권경득(선문대 행정학과, 한국지방자치학회 부회장)
지방선거의 정당공천제는 찬반양론이 팽팽한 대립을 보여주고 있다.
정당참여 배제론자들은 정당이념을 배제한 지방행정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에 정당참여 주장론자들은 지방정당의 활성화와 지방행정의 민주화를 강조하고 있다.
먼저, 지방선거의 정당참여 배제론자의 입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방정부는 정치이념을 반영하는 사회정책보다는 생활자치가 중심이 되며, 행정의 효율성이 보다 중요하다.
둘째, 지방선거에 정당참여가 허용되면 지역사회의 이슈가 중앙정치에 의해 함몰될 우려가 있다.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에 예속시켜 지역의 문제와 이슈를 간과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셋째, 지방의회의원이 당론에 따라 의결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소수의) 의견이 존중되고 채택될 수 있다.
또한 선출직 공무원들은 당론에 관계없이 소신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넷째, 정당참여가 허용되면 지역의 유능한 인재가 지방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봉쇄할 우려가 있다.
다섯째, 정당참여가 배제되면 유권자가 소속정당이 아닌 인물을 중심으로 선택하게 된다.
우리나라와 같이 중앙집권적 지역지배정당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유권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
여섯째, 지역주민이 집권당의 후보자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역개발 등 각종 지방정부의 지원에 있어 소외되거나 홀대당하지 않는다.
반면에 지방선거의 정당참여 주장론자의 입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방정부 수준에서도 행정의 효율성을 넘어 정당간 정책이 쟁점화 될 수 있다.
둘째, 정당은 지역주민의 여론을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지방선거에 정당의 참여가 배제되면 정당의 기능을 대신하는 특수한 형태의 이익(집단)정치가 나타나고, 지역주민들의 투표율이 저조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형식상 정당참여가 배제된다고 할지라도 정당은 실질적으로 막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유능한 인재 충원과 후보자의 선거자금의 확보가 보다 용이하다.
그리고 정당을 통한 후보자 충원 메커니즘이 없을 경우, 후보자들의 당락이 단순히 후보자 자신의 현업이나 언론의 유명세(인지도)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다.
넷째, 지방선거에 정당참여가 허용되면 후보자 개인의 이력․경력보다도 후보자의 당적이 유권자에게 보다 실질적인 선택의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정당참여가 배제될 경우, 후보자들이 보다 폭넓은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 지역의 주요 쟁점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표명을 모호하게 할 수 있다.
다섯째, 정당참여가 배제된 경우 선출직 공무원들은 개별적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에 집단 책임감이 낮아질 수도 있다.
여섯째, 정당참여가 배제될 경우, 중대선거구의 채택은 소선거구제보다 사회적 소수집단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정당참여가 허용될 경우 정당은 폭넓은 지지를 얻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가진 후보자들을 공천하게 된다.
이와 같이 지방선거에 있어 정당참여는 이론적으로 찬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영국, 독일, 프랑스의 경우에는 지방선거과정에 정당의 참여가 폭넓게 인정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에는 지방선거에 정당참여가 인정되고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장의 대부분이 무소속 출신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지방정부의 자율적 선택에 맡기고 있으나 점차 비정당선거제도(nonpartisan election)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미국 도시정부의 약 2/3).1)
이들 국가들의 공통점은 정당구조가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당권소재는 당원에게 있고, 후보공천방식도 상향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살펴보면, 정당이 인물중심으로 이합집산을 하고 있어 정책이념을 표방한 정당정치의 뿌리가 튼튼하지 못하며,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고, 당권도 중앙당 또는 소수 실력자에 집중되어 있으며, 후보공천방식도 지역국회의원의 낙점을 받는 하향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외국의 경우에는 공천헌금이 없는데 반하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막대한 금액의 공천헌금이 관례화되어 있어 공천을 둘러싼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2006년도에 기초의원선거 정당공천제와 지방의원 유급제가 도입되면서 지방선거의 혼탁양상이 더욱 심화되었다고 한다.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의 비리는 밝혀진 것만 보아도 그 유형이 매우 다양하고 심각하여 지역주민의 지방정치에 대한 혐오증을 가중시켜 투표참여율을 저하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지방선거 정당참여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의 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2006)의 조사에 의하면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배제'와 '기초의원 정당공천 배제'에 대해 기초단체장(201명)의 77.6%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 조사(2007)에 의하면 '정당공천제의 가장 심각한 폐해'에 대하여 시군구의원의 64.3%(전문위원의 50.0%)는 '중앙당에 지나치게 예속될 가능성', 19,6%(전문위원의 24.0%)는 '공천장사 등 비리발생 가능성' 등을 지적하고 있다.
'정당공천 폐지'에 대해 시군구의원의 54.2%(전문위원 70.6%)는 '적극 찬성', 22.0%(전문위원 25.5%)는 '찬성'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회 지방자치발전연구회 조사(2008)에 의하면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정당공천제 폐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초단체장 및 지방의원 2,1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73.9%가 '정당공천 폐지', 23.4%가 '현행 유지'로 나타났다.
국회의원의 경우에도 지방선거가 '참 일꾼을 뽑는 후보자간의 인물대결이 아닌 중앙정치의 대리인간의 정당대결'로 변질되었다고 비판하는 의원이 있으며,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가 '지방자치에 도움이 되는 옥석을 가리는 과정이 아니라 중앙정당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과 합법을 가장한 불합리한 내용으로 적용되는 실정'이라고 비판하는 의원도 있다.
이와 같이 현실을 고려하여 현행 지방선거 정당공천제의 문제점은 개선되어야 하며, 그 개선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방선거에 있어 정당참여제의 선별적 적용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광역지방선거에는 정당참여를 허용하고, 기초지방선거에는 정당참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지방선거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여성의 지방정치 참여의 활성화이다.
기초지방선거에서 정당참여가 배제될 경우, 지방의회에 여성참여의 활성화가 저해될 수 있다.
지방수준에서 선출직 공직에의 진출에 있어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는 여성들의 지방정치 참여를 제고하기 위해 '광역지방의원 여성공천할당제의 도입'과 '광역지방의원 여성 비례대표제의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
셋째, 지방정치의 수준이 점차 개선되면 '(지역)주민주권'의 실현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광역지방정부의 수준에서 지역주민들에게 '지방선거의 정당참여 허용여부'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방선거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